웹3란 무엇인가. 웹3 업계를 만들어가는 빌더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심도 있게 나누던 고대 회당 같은 느낌이 든다.
단순히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쓸까와 관련된 논의를 넘어 본질적으로 이 시대에 웹3가 왜 등장했고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저마다의 철학과 신념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본다.
시리즈의 두번째는 이송이 웹3·DAO 경험 디자이너의 이야기다.
이송이 웹3·DAO(탈중앙화 자율조직) 경험 디자이너는 한 가지 직책으로 부르기 어렵다.
누군가는 그녀를 웹3 생태계의 ‘브릿지’라고도 부른다. 생태와 기술을 엮고, 지역과 국제 시장을 연결하고, 자연과 문명을 또 무브먼트와 비즈니스를 엮고 있다.
최근에는 이더리움의 비탈릭 부테린 창시자와 함께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아프리카 생태계에 웹3가 과연 필요한지, 웹3 업계에도 아프리카가 필요한지 몸소 체험했다.
아프리카에 웹3 생태계 문화가 정착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은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했다. 국가 결제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기에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이렇게 발로 전 세계를 누비며 웹3를 체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연결해주고 있는 그녀다.
"아프리카와 웹3는 찰떡궁합입니다. 도전들이 있지만 기회가 큽니다. 여기선 크립토가 하나의 경제 도구로 사용되고 있고, 더 발전할 것으로 봅니다."
그녀는 지난 2012년 블록체인 업계에 입문했다. 웹3, 크립토라는 단어도 생기기 전이다. 지인을 통해 알게된 블록체인에 흥미를 느끼고 채굴도 해보고 기술을 알아가게 됐다.
본격적으로 웹3에 뛰어들게된 계기는 아프리카 출장이었다. 비영리 단체(NGO)인 월드비전에 근무하다 서아프리카 말리로 출장을 가게 됐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돈을 주고받을 수단이 없어서 비닐봉지에 돈을 넣어서 거래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인편을 통해 송금을 하고 있다. 대다수 난민들은 신원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은행을 이용할 방법이 없다.
실질적으로 이들의 삶에 도움줄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른 그녀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다짜고짜 해커톤에 참여했다. SNS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만들기에 도전한 것이다. 흥미로운 유스케이스로 인해 단숨에 독일과 미국까지 진출하게 됐다. NGO 단체 직원이 하루 아침에 블록체인 기업 37코인스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웹3의 무엇이 그녀의 심장을 뛰게 했을까.
이송이가 정의하는 웹1, 웹2, 웹3는 구성원들의 관계성에서 차이가 있다. 웹1은 수동적인 상호관계다. 고객이나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무엇인가 입력하면 그에 대한 결과물을 받게 된다. 웹2는 상호작용으로 조금 더 발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오너십이나 결정권은 소비자에게 없다. 기업과 같은 구성원이 아닌 제3자 위주의 소통이 주가 된다.
이송이에게 웹3는 ‘프로액티브(proactive)’ 그 자체다. 프로액티브는 리액티브(reactive)의 상대어로, 스스로 만든 장기계획을 따르는 자발적인 결정을 뜻한다. 단순히 상호간에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 구성원들이 모두 데이터나 행동의 주인이다. 분산기술원장(DLT)나 오픈소스와 같은 요소들이 이와 같은 정신을 실현시켜주는 도구가 된다 할 수 있다.
DAO 실험에 뛰어든 6년
“저에게 DAO는 변화 이론의 한 부분입니다. DAO라는 철학과 행동을 통해서 제가 보고 싶은 미래를 실험해보고 만들어도 보고 그려도 보는 것이죠.”
이송이는 DAO에 대해 알기 전부터 탈중앙 조직에 관심이 많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관습 속에선 분산화, 분권화된 조직을 만드는 것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스마트 컨트랙트 등 기술이 이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에 탈중앙 조직을 정착시킬 수 있는 창구가 열린 것이라고 봤다.
DAO가 잘 굴러가기 위해선 실험이 필요했다. 수차례 DAO에 참여하며 배운 공통점은 능동적으로 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자하는 사람들이 모여 수차례의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만 실패하지 않는 DAO가 된다는 것이었다.
능동적, 주체적으로 참여하고자하는 주체들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 바로 내가 누구인지 탐구하며, 원하는 것에 대해 소통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존재라고 정의하게 됐다.
“DAO 실험을 2017년부터 6년간 해왔어요. 단순히 머리로만 하는 문화연구는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DAO에 관련된 철학적, 행동적인 실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엔스파이럴이라는 DAO에 참여해 보스가 없는 조직 속에서 구성원들이 각각의 자원과 기회를 공유하기도 했었는데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언젠가 이러한 모델이 나올수 있도록 먼저 실험에 참여해본다 생각했어요.”
지난 2019년 만든 서비스DAO도 인상깊었다. 대표 체제가 아닌 일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이에 대한 믿음이 있는 구성원들이 모여서 함께 업무를 나누고 수익의 일정부분은 커뮤니티 트레저리에 넣고 원하는 것들을 같이 제안했다.
서비스DAO는 사실 오프체인 거버넌스였지만 DAO 운영에 필요한 항목들을 몸소 체감했다. 이 실험을 선행하면서 DAO스러운 고객, 업무들을 만들어내는 데에 도움이 됐다.
DAO형 인간
웹3, DAO가 트렌드라 생각해 무조건 뛰어드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송이 경험 디자이너는 DAO에 잘 맞는 인간상 항목을 추려봤다. DAO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의 전문성과 소통 의지는 DAO 구성원의 중요한 자질에서 공통 분모로 꼽혔다.
- 나만의 전문성이 있는가: DAO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어디에, 어느 조직에 속해도 무엇인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BD(사업화개발), 개발, 디자인 등 특수한 전문성이 있으면 DAO에서 활약하기 좋다.
- 소통 의지: DAO는 개인이 아닌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 움직여야 한다.
이에 갈등에 있어서 피하지 않고 의사소통을 계속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회사에선 매뉴얼대로만 하면 되지만 DAO에선 제안도 해야 하고 설득도 해야 하며, 많은 생각과 행동이 요구된다.
토박이 커뮤니티가 있던 한국, DAO하기 딱 좋다!
DAO 발전사를 보면 현재는 객체들이 따로따로 각각의 일을 해오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청사진을 그리려면 포괄적으로 다 같이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시장을 보면 크립토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서양에서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송이 경험 디자이너는 DAO 거버넌스나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가 토박이 커뮤니티 문화가 있던 동양이 이를 더 잘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탈중앙화와 분권화에 대해 토박이 커뮤니티를 통해 우리는 이미 선조들의 지혜를 습득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이송이 경험 디자이너가 속한 스포어다오(문화적 포괄성을 통해 다양한 DAO 실험을 하는 다오이스트들의 모임)는 오는 19~21일 서울바운드 행사를 개최한다. 다양한 국적의 다오이스트들이 참여해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부터 DAO와 관련된 다양한 토론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앞으로 취할 구체적인 행동까지 도출해볼 계획이다.
“DAO 담론을 통합적으로 그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방적인 강의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자리를 만들어서 몸으로 마음으로 머리로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출처, 코인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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