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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i,RWA,CBDC,ETF

ETF 로켓 올라탔지만 … 이더리움, 대기권 뚫을 연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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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승인' 이더리움, 비트코인과 가격전망 온도차

 

 

'1위와 2위의 차이인가, 아니면 성격이 다른 것인가.'

가상자산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역대 두 번째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승인을 받은 후 이더리움 가격 흐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에 상장 심사요청서(19b-4)만 승인돼 ETF가 실제 상장되려면 증권보고서(S-1)를 한 번 더 승인받아야 하지만 8부 능선은 넘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비트코인의 사례를 밟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비트코인은 지난 1월 현물 ETF를 승인받은 뒤 1억원을 넘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에서 1위와 2위는 엄연히 다르다. 또 두 개 코인 간 성격 차도 여전히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대체자산으로서의 속성이 이더리움엔 없다며 섣불리 가격 인상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가격을 예상하기에 앞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활성화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이 예상을 깨고 전격 단행됐지만 가상자산 업계의 시각은 비트코인 승인 당시와는 온도 차가 있다. 지난 1월 비트코인 ETF 승인 당시에는 업계 관계자 모두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상장 초반 조정을 거쳐 두 달 뒤 100% 이상 올라 사상 최초 1억원이라는 기록을 세움으로써 기대에 보답했다.

반면 이더리움은 ETF 승인으로 비트코인처럼 100% 이상 뛸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 않다. 이는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차이에 기인한다. 비트코인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때 대체자산, 즉 디지털 금이라는 특성이 주목받으며 큰 폭으로 오른 바 있다. 현물 ETF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이 공식적인 경로로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위험 회피를 위한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적극적인 수요를 창출했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대체자산인 디지털 금보다 블록체인 기술 산업을 가동시키는 디지털 석유에 가깝다. 스마트 콘트랙트를 구동시키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에 대체불가토큰(NFT), 플레이투언(P2E) 게임, 탈중앙화 금융까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활성화돼야 가치가 올라간다.


하지만 탈중앙화 금융 산업은 2022년 테라 몰락과 FTX 파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뒤 현재까지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NFT나 P2E도 정점을 지나 하향세다. 이에 따라 디지털 석유인 이더리움의 가치를 올려줄 동력 기관이 부재한 상황이다. 탈중앙화 금융, NFT 등의 후발 주자로 소셜미디어, 실물자산(RWA) 토큰화 등이 꼽히지만 아직 시작 단계다.

이더리움의 상승 기대를 낮추는 또 다른 요인은 예치 수익 배제다. 이더리움은 과거 합의 알고리즘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변경하면서 보유자가 검증인에게 이더리움을 예치할 경우 연 3% 수준의 수익을 코인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업비트, 빗썸 등에서 제공하는 이더리움 예치(스테이킹) 서비스도 모두 이에 기반한 것들이다.

하지만 SEC는 ETF 상장을 위한 19b-4 승인 결정문에서 발행사들에 이더리움 예치 수익을 제외할 것을 명시했다. 예치 수익이 제공될 경우 이더리움을 수익 보장에 대한 증권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에 민감한 SEC에서 이를 허용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SEC는 이더리움 현물 ETF 발행 신청사에 ETF의 수익에서 예치를 제외할 것을 요청했으며 신청사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 예치 수익이 배제됐기 때문에 이더리움을 직접 보유해 예치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차이가 없는 비트코인 현물 ETF와 비교할 때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더리움 현물 ETF가 실제 상장되더라도 거래량이 부진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에릭 발추나스 연구원은 이더리움 현물 ETF의 거래량이 비트코인의 10분의 1에 그칠 것이며 5분의 1만 돼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근거로 ETF의 예치 수익 부재를 꼽으며 전업 투자자들이 이더리움 현물 ETF를 공매도하고 현물에 해당하는 이더(ETH)를 매수함으로써 예치 수익만 확보하는 매매 전략을 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ETF는 공매도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높은 거래량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ETF 상장을 통해 유입이 기대되는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규모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더리움은 가치 저장 수단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에 비해 블록체인 기술 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콘트랙트 실행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이외에 다른 파생 서비스를 개발하기가 매우 어렵다. 기껏해야 지폐에 낙서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정보를 기록하는 오디널스가 관련 서비스로 눈길을 끄는 상태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스마트 콘트랙트를 활용한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더리움 기반으로 서비스 운용 비용을 절감해주는 레이어2 메인넷까지 등장해 전체 블록체인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과 불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서비스가 맞물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AI의 중앙집중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탈중앙화되고 위조를 막는 분산형 인터넷인 웹3가 부상하고 있어서다. 생성형 AI인 스태빌리티 AI의 창업자인 에마드 모스타크가 대표적이다. 그는 중앙화된 AI의 위험성을 지목하고 탈중앙화 AI를 개발하기 위해 자신이 설립한 스태빌리티 AI에서 사임했다.

분산형 인터넷인 웹3는 스마트 콘트랙트와 블록체인이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이더리움을 포함한 블록체인 플랫폼과 연계성이 높다. 따라서 이더리움의 매수를 통해 웹3에 대한 간접 투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것과 유사하다.

 

비트코인과 차별화된 특성 때문에 ETF가 상장되면 기관투자자들이 높은 수요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제프 켄드릭 디지털자산 리서치 대표는 이더리움 ETF가 상장되면 1년 내에 150억달러에서 45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웹3를 포함한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투자 수요를 감안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역시 웹3 산업이 활성화돼야 가능한 수치다. 또 이더리움 현물 ETF가 S-1 승인을 받고 실제 상장돼야 투자가 가능하다. 이더리움이 현물 ETF를 날개 삼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려면 ETF의 실제 상장과 더불어 디파이, NFT의 뒤를 잇는 히트 상품이 등장해야 한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S-1 검토만 해도 짧게는 몇 주, 길게는 5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며 "현재는 이더리움 투자에 적절한 타이밍을 고민하면서 시장을 관망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출처, 매일경제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