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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공든 탑…‘꿈의 기술, 메타물질(material)’ 상용화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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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세상에 없는 ‘메타물질’ 연구 박차
정부, 글로벌프론티어 사업으로 10년 지원
CAMM, 스텔스·초음파·전자파 구체적 성과
상용화 앞두고 지원 종료…홀로서기 시작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CAMM)에서 개발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투명 필름 형태 '메타물질'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인류는 태초부터 오늘날까지 자원을 두고 늘 다툼을 벌여왔다. 먼 옛날에는 물과 땅을 두고 전쟁을 벌였고, 근대에는 석유와 가스 등 땅속 자원을 두고 늘 싸워왔다. 한정된 자원은 더 많이 갖는 게 곧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초(超) 문명 시대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자원 빈국(貧國)이다. 부족한 자원 대신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덕분에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세계 10위권 대국으로 발전했다.

 

얼마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초전도체처럼 미래는 자연 자원을 대체할 신물질 개발이 국운(國運)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은 없어도 기술력은 높은 한국으로선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최근 세계 과학계와 산업계가 이목을 집중하는 새로운 자원이 있다. 바로 ‘메타물질’이다.

그리스어로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물질(material)’의 합성어다. 자연에서 발견하지 못한 특성을 가진 인공 개발 물질을 뜻한다.

 

메타물질은 전자기파, 역학파와 같은 파동의 파장보다 작은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구현하는 차세대 소재다. 물질이 갖는 본연의 성질(물성)을 변형하거나, 자극을 줘서 새로운 물성을 갖게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물성을 변형시켜 제어하고자 하는 목표물(음파, 전자파, 초음파 등)에 맞춤형 성질을 갖도록 한다.

 

메타물질은 2007년과 2018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세계 10대 신기술로 선정했다. 2014년 미 국방성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인터넷’을 능가할 4가지 기술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을 정도로 잠재력이 크다.

 

한국의 메타물질 연구는 1990년대 후반 시작, 2000년 초반 나노기술 발전과 함께 본격화했다. 특히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CAMM)이 지난 2014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올해까지 메타물질 연구에 매달려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었다.

 

CAMM은 지난 10년 동안 논문(SCI) 831건, 특허 출원 529건, 창업 8건, 기술이전 35건(32억원), 국제표준 3건 등의 연구 성과를 냈다.

 

특히 전자기파 흡수를 극대·광역화한 스텔스 기술이나 다중 반진공 방식을 활용한 차음(遮音) 기술, 임피던스 매칭 설계로 초음파를 증폭하는 기술은 실제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발전시켰다.

 

이러한 성과에는 연구단 창립부터 함께하며 실제 현장 연구를 주도한 이학주 CAMM 단장과 최태인 전(前) 한국기계연구원장이 중심에 있다. 이들을 통해 지난 10년간 국내 메타물질 연구 흐름과 성과를 살펴보고, 국내 메타기술 연구 수준과 전망을 들어봤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이 설명하는 스텔스 기능의 메타물질 개발 과정.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 현재 CAMM에서 어떤 물질을 연구하고 있나?

이학주 단장(이하 이)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을 통해 음파와 초음파, 전자기파, 광학 등 다양한 종류의 파동을 제어하고 이를 응용하기 위한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이런 기술들을 응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10만 개 이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메타물질 공학 설계 플랫폼을 구축했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물성을 구현하는 최적의 메타물질 설계를 수행하고 있다.

 

최태인 전 원장(이하 최) - 최근 연구단 정부 지원 사업 종료로 연구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조기 개발한 메타 초음파, 메타 디스플레이, 메타 스텔스 분야에서 수주한 내용을 중심으로 연구 속도를 높이고 있다.

 

# 그동안 연구한 메타물질 가운데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

 – 연구소기업 창업으로 메타물질을 적용한 미용 제품, 투명 스크린을 개발했다. 자동차와 건축용 차음판 시범 적용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초음파 유량계, 거리 센서 등 몇몇 제품은 응용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 추가로 설명하자면 현재 8개 연구소기업을 창업했다. 이 가운데 (주)에이디엠 바이오 사이언스에서는 화장품용 DNA 니들 패치를 제품으로 출시했다.

 

# 메타물질 관련 세계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세계 시장 규모는 2017년 2800억원, 2023년 3조 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31년에는 12조원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 메타물질은 인에이블링(enabling) 기술의 특징이 있어 광범위한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최 전 원장 말씀대로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2031년 통신과 항공, 자동차, 음향 등 분야에서 약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0년간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을 이끌어 온 이학주 단장.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 우리나라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 전체 기술 분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으나 우리 CAMM에서 개발한 메타물질 기반 마이크로(micro) LED(발광 다이오드) 기술을 포함한 10대 대표성과는 현재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호주에서 주요 기술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메타물질 연구 역량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로 평가됐다.

 

 – 연구 분야와 기술성숙도(TRL)에 따라 편차가 크다. 다만 역설계(inverse design)나 양산을 고려한 메타물질, 광대역 설계 등 상용화를 위한 난제 해결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한다.

 

# 지난 10년간 연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 새로운 연구 분야 특성상 참고할 만한 응용 사례가 없어서 힘들었다. 킬러 응용 아이템(killer application)을 스스로 발굴해야 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 역할을 감당해야 했다.

메가 트렌드 등 정책 분석이나 320차례에 달하는 연구성과-수요협의, 전문가 자문 등으로 킬러 아이템(핵심 종목)을 도출하긴 했으나, 연구단 규모에서 감당하기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연구성과 상용화 과정에도 원천기술개발 분야에서 기술성숙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특허나 기술가치평가, 기술 기반 창업 등이 필요한 데 이런 과정이 힘들었다.

 

 – 2015년 1월 연구단에 입사해 주로 메타물질 국방응용과 대외 협력을 담당했다. 메타물질 연구는 2001년부터 시작한 신기술이고, 연구단이 2014년 창설해 그동안 수행한 연구 결과를 외부에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메타물질의 중요성을 외부에 인식시키는 게 어려웠다.

 

 

2015년부터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에 합류해 메타물질 국방분야 응용 분야 연구를 함께해 온 최태인 전 한국기계연구원장.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 어려운 과정을 거쳐 스텔스 메타물질은 성능 테스트 단계인 것으로 안다. 최종 상용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는가?

이·최– 연구단에서는 자체적으로 주파수 광대역화, 성능 고도화 위주로 개발해 실제 환경에서 내구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 성능 등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개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해당 기술을 국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요구 성능, 운용환경 등을 충족시켜야 한다. 추가 연구개발이 필요한 데, 성공 가능성은 크다고 판단한다. 일단 개발 과제를 착수한 만큼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정부 예산 지원이 끝났다. 아직 연구 중인 것들이 많을 텐데 연구비 조달 방안은 있나?

 – 지난 9월부터 정부 예산 지원이 끝났다. 지금은 그동안 수주한 연구과제비로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비 조달을 늘리기 위해 그동안 확보한 연구 결과와 성과를 기반으로 메타물질 핵심기술 사업화를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으로 확보한 일부 핵심 원천기술의 활용을 위해 몇몇 후속 응용개발 과제를 발굴해 수행 중이다. 최 전 원장 말씀대로 현재 확보한 핵심 원천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한 응용개발 전략 로드맵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지원책으로 메타물질 상용화를 가속할 수 있을 것이다.

 

# 끝으로 정부와 학계, 업계 등에 전하고 싶은 말씀은?

 – 우리나라가 메타물질과 관련해 독보적인 연구 영역을 창출하려면 앞으로는 개별 기초연구 개발사업이 필요하다. 신(新)시장 창출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중심의 대형장기연구개발 사업도 이어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대형장기연구개발 사업으로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원천 기술로 신시장을 만들고, 사회문제 해결 등에 직접 활용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 정부가 올해 발표한 ‘12대 국가전략기술’을 보면 50개 세부 중점기술에 메타물질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2023~2027 국방과학기술 혁신 기본계획’이나 ‘2023~2027 민군기술 협력 사업 기본계획’에도 메타물질을 특수 기능 소재로 포함해 중점 연구 대상으로 분류했다.

 

우리 CAMM을 포함해 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이 메타물질 응용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메타물질 관련 기술이 선진국 이상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출처,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