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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블록체인산업

[헬로, 블록체인] 디지털화폐가 비트코인을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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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헬로, 블록체인]  김기만 | 코인데스크코리아 부편집장비트코인은 한때 지지자들 사이에서 미래의 화폐로 주목받았다. 은행 계좌 없이도 누구나 지갑을 만들 수 있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 전세계를 연결하는 통화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는 계층이 여전히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비트코인이 전파된다면 새로운 금융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하지만 2023년 현재 비트코인은 화폐보다는 하나의 투자자산처럼 여겨지고 있다. 전송속도가 느리고 수수료가 비싸 결제수단으로 쓰이기 어려운 까닭이다.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런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은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진영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화폐가 이를 대체할 것으로 본다. 사람들이 발행 주체를 알 수 없는 비트코인보다는 국가가 보증하는 디지털화폐를 신뢰하고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 각국 정부의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화폐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까지 24개국 이상이 디지털화폐를 도입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함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인프라 구축을 위한 활용성 실험을 공동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 계좌에 넣어둔 예금으로 자금거래와 최종 결제를 하는데, 이를 디지털화폐로 대체하는 실험을 해보겠다는 구상이다. 분산원장 기술을 바탕으로 구축한 네트워크 안에서 한은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고 은행이 이를 담보로 예금 토큰 등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현행법 등을 고려해 실거래 테스트는 예금토큰에만 제한적으로 진행된다.

 

한은이 이번에 추진하는 디지털화폐 활용성 실험은 말 그대로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을 주요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체감할 여지는 적다. 실생활에서 디지털화폐를 기반으로 한 결제가 도입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신용카드 기반 결제망이 잘 갖춰진 환경에서는 디지털화폐의 필요성이나 유용성이 피부에 와닿기 어렵다.혹자는 우리가 쓰는 화폐가 이미 디지털화돼 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을 통한 계좌이체나 신용카드 결제가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지갑에서 실물 화폐를 꺼내는 일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화폐의 출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장(元帳)을 들여다봐야 한다. 기존 금융시스템은 중앙화된 단일 주체가 원장을 기록하고 관리한다. 법정화폐 발행은 중앙은행의 원장을 통해 통제된다. 민간에서의 거래는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금융기관의 원장을 매개로 이뤄진다.반면 디지털화폐는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분산화된 네트워크에서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분산원장은 투명하고 보안성이 높다.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자산이 이전될 수 있는 기능도 적용할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의 산물이다.한국은행이 만드는 디지털화폐는 제한된 참여자들만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발행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고 모든 정보가 공개된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중앙은행이 만드는 디지털화폐가 향후 금융시장의 새로운 인프라로 자리매김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존 블록체인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블록체인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