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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가상자산 운명, 이 재판에 달렸다[김기동의 이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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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증권’으로 보는 SEC, 기준은 ‘하위테스트’
코인베이스, 천문학적 벌금 낼 수도…소송 결과에 이목 집중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LawVax) 대표변호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부분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보고 있다. SEC가 ‘증권’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하위테스트’(Howeytest)다. 하위테스트를 폭넓게 적용하는 SEC의 입장은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증권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은 증권 관련 법령 적용을 받아 공시규제, 불공정거래규제, 금융투자업규제 등 금융감독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게 된다. 만약 연방법원이 SEC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가상자산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긴 겨울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78년 공고한 지위’ 하위테스트 바뀌나
 
하위테스트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가상자산 이용자들에겐 익숙하다. 1946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확립된 ‘하위테스트’는 78년간 흔들리지 않는 공고한 지위를 지켜왔다. SEC가 오렌지 농장을 운영하는 ‘하위 컴퍼니’(Howey Co.)라는 회사의 농장 분양 및 위탁 경작 거래가 ‘투자계약’(investment contract)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거래를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하위테스트를 확립했다.

하위테스트에는 ▲금전을 투자해야 하고(investment of money) ▲투자수익을 기대하며(expectation of profits from the investment.) ▲공동기업에 투자해야 하고(the investment of money is in a common enterprise) ▲투자자 본인이 아닌 제3자의 노력에 따라 수익을 기대한다(any profit comes from the efforts of a promoter of third party.)는 네 가지 기준이 있다. 실제 소송에선 네 번째 기준의 적용 여부가 주로 쟁점이 돼 왔다. 유연한 원칙이라 남용의 소지도 있다. 

국내에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서 ‘투자계약증권’을 정의하고 있다. 하위테스트에서는 ‘계약, 거래 또는 구조’(a contract, transaction or scheme)라고 하여 법률적 형식이 무엇이 됐든 간에 그 경제적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우리 자본시장법은 ‘계약상의 권리’라고 명시했다. 단순한 이익에 대한 기대를 넘어 계약상 청구권이 인정돼야 하는 규정으로 해석한다. 우리 법률이 보다 엄격한 셈이다. 

이와 관련 최근 세계 경제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을 관할하는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 코인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하위테스트가 바뀔 수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2023년 2월 SEC는 북미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연방 증권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코인베이스가 무허가 증권거래소를 운영했다는 이유다. 솔라나(SOL), 폴리콘(MATIC) 등 코인베이스에 상장된 12개 가상자산까지 증권으로 낙인찍었다. 무허가 증권거래소가 미등록 증권을 판매하는 불법을 저질러 왔다는 취지다. 

소송에서 SEC가 승소하면 코인베이스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야 한다. SEC가 승소하면  12개 가상자산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다수의 가상자산을 모두 증권으로 규정해 미등록 증권 혐의를 적용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비트코인 외의 가상자산은 모두 증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SEC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재판의 흐름이 의미심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법원의 케서린 포크 파일라 연방판사는 1월 17일 이 사건 공개 심리에서 SEC 변호인들에게 “SEC의 기준이 수집품 시장이나 상품 시장까지 모두 휩쓸지는 않을까요?”라며 “SEC의 기준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SEC가 하위테스트를 지나치게 확장해 가상자산에 대한 SEC의 규제 관할을 확장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위 재판의 결과가 하위테스트를 낳은 1946년 판례에 대한 일부 변경이나 수정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SEC와의 소송에선 대개 SEC와 피고들이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코인베이스는 합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양측의 소송이 연방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연방대법원에서 하위테스트에 대한 판단을 다시 받아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사진 코인베이스]

 


우리가 미 사법부 판단에 주목하는 이유

전 세계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SEC와 코인베이스 소송에 주목한다. 미국이 전 세계 금융 질서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상자산 거래는 국경을 넘나드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상자산에 대한 미국 사법부의 판단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2023년 4월 SEC는 알고랜드(ALGO) 등 6개의 가상자산도 증권이라고 규정하고, 거래소 비트렉스와 공동창업자를 제소했다. 비트렉스는 2023년 8월 SEC에 24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하고 소송을 끝냈다. 이 거래소는 넉 달 뒤 폐업했다.

2023년 6월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가 SEC와 리플랩스(가상자산 XRP 발행사) 간 소송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소의 2차 판매는 증권 거래와 다르다”고 판단하면서 전 세계 가상자산 업계의 지지를 얻었다.

SEC와 코인베이스의 소송은 어떻게 결말이 날까? SEC가 패소하고, 하위테스트가 일부라도 변경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와 언론들이 많지만, 속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이 소송이 연방대법원까지 가면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수 있고, 이 사건의 재판 결과가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의 운명을 가르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4032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