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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타트업,유니콘 기업

“회사는 창업자 능력만큼 성장한다” ‘프라이머 데모데이’ 그리고 ‘고민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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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머 배치 22기 데모데이 현장 ⓒ플래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가 올해 상반기에 투자 및 보육한 12개 스타트업의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데모데이(배치 22기)를 9월 13일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했다.

 

국내 최초의 액셀러레이터로 불리는 프라이머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배치 모집과 데모데이를 운영하며 누적 262개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프라이머의 주요 포트폴리오 사로는 마이리얼트립, 아이디어스, 숨고, 라엘, 삼쩜삼을 비롯해 2013년에 엑시트 한 번개장터와 야놀자에 인수된 데일리호텔, 직방에 인수된 호갱노노, 리디에 인수된 라프텔, 무신사에 인수된 스타일쉐어 등이 있다.

 

이날 메인 행사는 12개 스타트업의 IR이었지만, 본 행사 후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 노태준 프라이머 파트너가 배석한 가운데 진행된 관객과의 질의응답 세션도 주목받았다. 1시간 반 동안 14명의 질문자들이 액셀러레이터의 투자 관점, 글로벌 진출 시기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질문자 대부분이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였다.

 

권도균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은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상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을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며 “사업의 시작은 기능이나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필요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기홍 스토롱벤처스 대표는 투자할 때 창업자의 작은 부분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거창한 포부보다는 일상의 태도를 본다. 사람의 몸과 입에서 나오는 작은 거는 본인도 모르게 새어 나온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창업자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고, 투자자를 어떻게 대하고, 나중에 채용할 때 어떤 방식으로 대하는 지 유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기하 대표는 투자할 때 보는 것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덕트는 사업하다가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그간 투자한 팀 중 리더십 있고 끈기 있게 하는 팀들이 결국 성공했다.”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 “시작부터 현지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단순히 언어만 바꾼다고 해서 글로벌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하 프라이머 파트너와 관객간 질의응답 전문 정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 파트너들이 관객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 노태준 프라이머 파트너,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 ⓒ플래텀

 

-기본적인 질문일 텐데, 투자자나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을 볼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권도균 대표(이하 권) : 비즈니스 모델을 중요하게 본다. 자신만의 관념이나 매트릭스 속에서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실제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것, 특정한 고객의 특정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어야 한다. 팀과 사람의 역량은 사업을 하면서도 배울 수 있지만 엉뚱한 모델로 시작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배기홍 대표(이하 배) : 특정해서 무엇을 중요하게 본다고 말하긴 어렵고 사실 정답도 없다. 다만 기본적으로 1인 창업가 팀은 선호하지 않는다. 갈수록 사업 환경이 척박해지고, 경쟁도 심해지고, 돈도 구하기 힘들다. 이런 환경에서 혼자 극복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본 공동 창업자들이 있는 팀을 본다.

 

이기하 대표(이하 이) : 주로 사람을 본다. 프로덕트는 사업하면서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관점이다. 프라이머랑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가 합쳐서 300여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는데, 리더십이 있고 정말 끈기 있게 하는 회사들이 결국 성공했다.

 

-트래블테크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그리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때 고객을 먼저 유치해야 할까, 아니면 플랫폼 노동자를 먼저 확보해야 할까. 둘 다 가는 것이 맞을 텐데, 어디에 더 비중을 둬야 할까. 

이 : 트래블테크 기업에 투자도 하고 검토도 많이했는데, 사업하기 굉장히 어렵다는 소견이다. 다양한 변수로 스케줄대도 진행되지 않을 때가 많다. 소비자는 한 번 서비스를 썼을 때 제대로 작동 안 하면 그다음부터 안 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할 것이 많다. 처음부터 많은 대중을 상대하기 보단 린하고 빠르게 소규모 고객을 상대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거창하게 모든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도시나 지역을 콕 집어서 하는 거다.

 

권 : 스타트업들이 사업 계획서에 흔히 쓰는 표현이 ‘고객의 취향에 맞춰서 쉽고 편하게 해결하겠다.’는 문구이다. 근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본인조차 잘 모르고 쓴다. 기업이 고객의 취향에 맞추는 건 무척 넘기 힘든 숙제다. 다종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다 맞춰주는 것이 쉬울리 없다. 고객의 취향을 정말 맞춰주려면 서비스 범위가 넓어서는 안 된다. 진짜 섹터를 좁히고 좁혀서 입안의 혀처럼 편리한 서비스여야 의미가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너무 시장을 넓게 정해서 접근한다.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프로덕트를 타겟하면 시행착오를 너무 많이 겪게 된다.

 

이 : 두 번째 질문은 마켓플레이스, 매치메이커 이슈일 거다. 플랫폼 사업이 쉬울 것 같은데 제일 어려운 비즈니스다. 대다수의 마켓플레이스, 매치메이커들이 실패를 했다. 아마존이나 이베이, 에어비앤비 등만 살아남았고 그 외 모든 곳이 사라졌다. 이유는 셀러와 바이어 고객 모두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한쪽만이라도 먼저 잡고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가능할 거라 본다. 제퍼슨이나 도어대시 등 성공한 플랫폼이 그렇게 성장했다.

 

-투자를 검토할 때 대표자의 학력도 중요하게 생각하나?

이 : 시드 단계는 대외적으로 보여줄 게 많지 않다. 막 시작했기에 숫자도 부족하다. 그래서 국내외 VC들이 시드 단계 때 학력을 보곤 하는데, 그것도 회사의 스펙이라고 판단하는 거다. 창업자가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대학교 나온 것도 팀의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스탠퍼드나 하버드에 나온 창업자는 시드 단계에서 거의 50%에 육박하는 비율로 투자를 받는다. 다만 시리즈 단계에선 학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때부터는 매출과 성장세 등 모든 게 성과와 연결된다.

권 : 투자사마다 정책이 다르겠지만 프라이머는 학력과 나이를 보지 않는다.

 

-스타트업이 예상대로 성장하지 못할 때 피보트(사업 방향 전환)를 한다. 먼저 제안하는 편인가, 아니면 창업자가 결심할 때까지 기다려 주나. 제안한다면 어떤 지표를 보고 판단하는 건가. 

배 : 몇 년 전까진 피보트를 먼저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투자자로 11년 동안 일하면서 여러 케이스를 보다 보니 피보트를 해서 잘 된 팀도 있지만, 같은 아이템을 한 걸음 더 깊게 들어가서 커지는 것도 목격했기 때문이다. 피보트를 언제 해야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건 오로지 창업자 본인이 선택해야 할 몫이다.

 

이건 좀 다른 얘기일 수 있는데, 피보트를 많이 하려면 정신력과 체력이 무척 강해야 한다. 한 번 할 때마다 굉장히 피곤해진다. 실패했다는 상실감이 크고, 다음 것을 할 때 두려움도 몰려온다. 그래서 피보트를 생각하는 창업자를 만나면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얘기한다.

 

권 : 정답은 없다. 프라이머도 파트너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사업이 궤도에 못 오르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이다. 창업자들도 예상대로 안 되면 바꿔야 되는 걸 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기존에 해놓은 거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 시기를 늦춘다. 놔야 되는데 못 놓는 경우가 많은데, 매몰 비용(sunk cost)을 생각하는 거다. 스타트업은 일정한 임계치, 부채의 규모가 일정 이상 넘어가면 사업을 빨리 그만두거나 바꿔야 한다. 고객의 확연한 반응이 없는데 계속 끌고 가는 거는 좋지 않다. 적절한 임계치를 창업자들 스스로 조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이 : 피보트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잘 되고 있는 서비스를 더 강화시키는 것이고, 다른 건 완전히 다른 걸로 바꾸는 거다. 전자의 사례가 슬랙, 샌드버드, 트위터 등이다. 하지만 후자는 정말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데모데이에 참석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프라이머 파트너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플래텀

 

-창업을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두는 게 맞을까. 그리고 많은 기업 관계자가 유저만 많이 모아두면 나중에 돈을 벌 수 있다고 막연하게 믿는데 그런 접근이 맞을까? 

이 : 스타트업은 돈도 없지만 시간도 제한적이기에 잘못된 선택 하나가 몇 년을 망칠 수 있다. 가장 큰 실수 중에 하나가 글로벌 진출과 관련된 거다. 국내서 어느 정도 성장한 스타트업 상당수가 글로벌, 특히 미국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런데 그동안 성공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영어로만 바꾸면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예를 들어 동남아 스타트업이 자국에서 성공한 제품을 가지고 조금 더 큰 시장이라 해서 한국으로 온다면 전망이 밝을까. 완전히 다른 문화권이고, 한국에는 더 어려운 소비자들이 있고, 마케팅 비용도 더 소모된다. 미국 시장은 한국보다 더 어려운 시장이다. 미국 진출을 할 때 전체 리소스 100중에 30 정도를 배분하는 패턴이 있는데, 100을 다 써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 미국시장이다.

 

그러면 글로벌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시작부터 현지 고객에 맞춘 서비스여야 가능할 거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샌드버드와 몰로코, 눔이다. 세 기업은 미국 사람이 첫 번째 고객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제품이 무척 심플하다. 그래서 미국에서 성공한 제품들은 유럽, 아시아에서도 통한다. 이건 미국 기업만의 특징이라 할 수도 있다. 첫날부터 미국에서 통하는 서비스라면 나중에 한국으로 올 수 있을 거다.

 

노태준 파트너(이하 노) : 실제 사례인데, 당근에 있을 때 영국에 직접 가서 현지 진출을 시도했다. 결론부터 말해서 엄청 두들겨 맞았다. 영국 소비자에게 당근에서 말하는 매너 온도를 이해시키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당근이라는 캐릭터를 두고 너무 아시아틱 하다거나 성소수자들이 쓸 법한 캐릭터라는 피드백도 있었다. 문화적으로 우리와 굉장히 다른 시장이란 걸 체감하고 왔다.

 

이 : 유저가 많아지면 돈을 벌 수는 있다. 근데 어떤 고객이냐에서 따라 접근 방식이 다르다. B2B 서비스라면 처음부터 과금해서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B2C는 그런 접근으론 어렵다. B2C가 쉽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B2B의 10배, 아니 100배 더 어렵다. 왜냐하면 고객들은 무료로 쓰던 서비스에 돈을 낼 생각을 쉽게 안 하기 때문이다. B2C는 유저가 많아진다고 해서 바로 돈이 되지 않는다.

 

-창업 초반에 함께할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찾아야 할까. 그리고 근래 사내 벤처가 많은데, 액셀러레이터나 투자자는 사내 벤처에도 기꺼이 투자하나.  

이 : 11년 투자를 하다 보니 사무실에만 들어가도 그 회사가 성공할지 안 할지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는 곳이면 절대 성공 못 할 거다. 

 

몇 년 전 당근 김재현 대표를 만나러 오피스에 갈 일이 있었는데, 코로나 기간이었음에도 직원들이 정말 열성적으로 일하고 있더라. 앞서 사람을 본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일 거다. 오늘 발표한 피에로컴퍼니(리퍼비시 디바이스 구독/분할결제 서비스, ‘폰고’ 운영사) 경우 여러 번 피보트를 했고 프라이머 배치도 4전 5기 끝에 합격했다. 

 

이 팀이 좋아 보이는 건 안 되는 거를 되게 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하는 기업들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반면에 사내 벤처와 같은 형태는 그런 게 좀처럼 잘 안 보인다. 물론 우리의 예상을 깨고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기준에선 선호하기 어렵다.

 

권 : 사내 벤처는 오너십 이슈가 있다. 창업은 자기 에너지의 150%를 써도 될까 말까 한 일인데 오너십이 불명확하면 애매해진다. 시스템이 있는 대기업은 오너십이 불분명해도 돌아가지만, 가진 게 몸 밖에 없는 스타트업은 상황이 다르다. 창업자가 대주주가 아니고 모든 걸 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어렵다고 본다.

 

배 : 조금 다른 의견인데, 사내 벤처라고 해서 절박하지 않거나 열심히 안 하는 건 아닐 거다. 투자사 입장에서 더 큰 이슈는 지분 관련 내용일 거다. 사내 벤처가 잘 되면 스핀오프나 스핀아웃으로 독립하는데, 모 기업이 지분을 어느 정도 갖겠느냐 중요한 사안이다. 한국 회사들, 특히 대기업 대부분이 지분 60% 이상을 요구한다. VC 입장에선 엑시트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런 부분을 잘 조정하는 것이 스타트업 대표의 역량인 것 같다. 사내 벤처라도 좋은 팀이고 모 회사의 지분이 10% 이하라면 문제없이 검토될 거라 본다.

 

요새 사람을 볼 때 큰 것보다는 작은 것들을 살핀다. 거창한 포부보다는 일상의 태도를 보는 거다. 사람의 몸과 입에서 나오는 작은 거는 본인도 모르게 새어 나온다. 어떤 파운더를 만났는데 처음에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식사를 하러 갔는데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가 예의에서 많이 벗어나더라.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창업자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고, 투자자를 어떻게 대하고, 나중에 채용할 때 어떤 방식으로 대하는 지 유추가 되더라.

 

권 : 자기도 모르게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작은 행동과 말이 본성이고 진심인 경우가 많다. 면접을 볼 때 명시적인 질문을 하면 이성이 작동을 해서 정답을 얘기한다. 그러면 면접을 잘 못 보는 거다. 평소처럼 말을 많이 하게 유도해서 무의식으로 세어나오는 걸 관찰하고 판단해야 한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자부하지만 자금 조달에서 벽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권 :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공통적으로 하는 시행착오가 자신의 사업을 설명할 때 고객을 빼고 이야기한다는 거다. 사업은 기능이나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필요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객에게 뭐가 필요한지, 고객이 누군지, 고객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VC들은 옆에서 누가 툭 건드리면 투자한 회사 얘기만 한다. 우리 머릿속에 그것만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무의식적으로 한 얘기가 진심이라고 했잖나. 그런 관점에서 본인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정립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특정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회사라는 걸 진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실 우리가 투자한 회사와 멘토링을 할 때도 기능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럴 때마다 제품을 통해 고객이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로 화제 전환을 한다.

 

배 : 제일 좋은 건 회사의 기술을 제대로 잘 이해하는 투자자들이랑 만나는 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창업자의 사업이나 기술에 이해도가 창업자보다 높지는 않을 거다. 그런 사람들에게 투자를 기대하려면 매출 등 실적이 나와줘야 한다.

이 : 제품이 좋다고만 강조할 게 아니라 고객이 정말 원하는 지를 알아내야 한다. 다이슨과 테슬라는 기술기업이지만, 대규모 자금과 많은 시간을 들여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을 만들어서 성공했다.

 

 

ⓒ플래텀

 

-시드 투자를 검토할 때 당연히 제품도 볼 거다. 설명 자료를 통해 가능성만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실제 MVP(최소요건제품)까지 필수적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노 : 오늘 데모데이에서 발표한 팀들 대부분이 초기 제품과 약간의 고객 반응만 있을 때 22기에 합류했다. 그랜터(회사 비용관리를 AI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사)의 경우 아이디어 단계에서 투자를 했다. 명확한 시장의 문제가 있었고, 기업에서 필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것을 만들 만한 역량이 팀에 있다면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투자를 했다.

 

배 : MVP가 필수라고 여기는 투자자도 있고 시드 단계에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투자자도 있다. 투자자마다 전략이나 성향이 다르기에 조금씩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사업하는 사람은 그런 거에 흔들리면 안 된다는 거다. 하고 싶은 걸 조금이라도 만들어서 수치가 증명하면 된다.

 

이 : 그보다는 고객에 집착해야 한다. 정말 고객이 원하는 건지 집중해야 한다. 토스는 MVP가 없었다. 랜딩 페이지 정도만 있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좋아해서 폭발적으로 가입했고, 본격적인 개발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반드시 MVP가 있어야 되는 건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진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인지이다. 창업자 상상 속에 고객이 머무르면 안 된다. 요즘은 툴이 많아서 MVP 없이도 고객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혼자만의 가설 속에서 론치했는데 고객반응이 없다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한 거다.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은 다 좋다고만 말할 거다. 실제 고객 반응을 확인할 줄 알아야 한다.

 

-매출을 일으키는 게 먼저인지 초반 적자를 감소하더라도 무료로 풀어서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게 우선인지 궁금하다. 사용자 수를 먼저 늘리는 게 우선이라면 어느 지점에서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할까.

이 : 두 개가 다 가능하다. 무료라면 성장 그래프를 보고 과금을 붙이는 방법이 있고, 처음에는 조금씩 받고 고객에 맞춰서 계속 가격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고객이 원하고 있는지이다.

 

권 : 초기 팀이 관심을 가져야 되는 부분은 방법론적 접근이 아니라 진짜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좋아하는 지를 확인하는 거다. 돈을 받기 위해서 옆길로 세면 본질이 흔들린다. 마케팅은 나중에 커졌을 때 해도 늦지 않다. 초기 스타트업은 프로덕트의 가설을 검증하는 데 조금 더 집중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액셀러레이터는 투자 후 창업자 역량을 어떤 방식으로 끌어 올리나. 

노 : 프라이머가 제공하는 중요한 가치 중에 하나가 훌륭한 스타트업들을 모아놓고 서로 절차탁마하게 하는 거다. 사람을 변화시키거나 성장시켜서 무언가를 도모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애초에 잘하는 사람이랑 시작하는 게 맞다. 투자도 같은 관점에서 한다.

 

권 : 사람은 안 변하지만 교육은 필요하다. 우리도 좋은 스타트업 사례나 콘텐츠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조언한다. 다만 스타트업계에 좋은 모델도 많지만 노이즈는 더 많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사에게 창업자들끼리 모이는 곳에 자주 가지는 말라고 종종 이야기 한다. 너무 많은 노이즈에 노출되면 가치관에 혼란이 오고, 또 잘못된 걸 배워서 적용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깨닫지 못한 니즈를 찾아가는 스타트업도 있다. 그런 시장을 공략할 때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그리고 사업을 할 때 음주 여부가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

권 : 술 안 마셔도 사업은 잘할 수 있다. 장담한다. 내가 사업할 때 대리점 영업과 관련된 술자리를 끊었다. 처음에는 영업사원들이 말이 많았는데, 한 1년쯤 지나니까 좋다는 입장으로 변했고 실적도 올랐다.

 

이 : 술을 먹는 것도 사업 역량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걸 거다. 교육적인 접근으로 책을 읽어도 좋고 블로그나, 팟캐스트에도 자료가 많이 있다. 그리고 주위에 멘토를 여러 명 두는 것이 좋다. 같은 창업자일 수도 있고 창업을 먼저 경험한 사람일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도 분기에 한 번씩 4-5명의 멘토를 정도를 만났다. 여러 사람에게 피드백을 들어보고 결정은 스스로 내리면 된다. 술을 먹는 것보다 그런 역량을 쌓는 것이 창업에 더 큰 도움이 될 거라 본다.

 

노 : 고객을 찾고, 그 고객 중에 몇 퍼센트가 다시 재이용을 하고 있는지를 찾아가는 것이 기본적인 프레임일 거다. 60% 이상 재구매를 하게 되면은 유니콘이 될 수 있고, 40% 정도 재이용하는 유저 층이 있다면 존속 가능한 큰 기업이 된다고 한다. 쿠팡이츠가 처음에 제시한 가치를 보고 누가 쓰나 했는데, 내가 막상 써보니 너무 좋더라. 그런 영역을 찾는다면 가능할 거다.

 

배 : 이미 있는 거를 더 빠르고, 좋고, 싸게 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기존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가 지금 있을지 모르겠다. 진짜로 완전히 새로운 건지, 아니면 아예 시장이 없는 건데 억지로 만드는 건지, 존재하는 데 창업자가 잘 모르는지 한 번 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플래텀

 

-투자자들이 특정 산업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선입견을 어떻게 깨야할까. 

권 : 당연히 액셀러레이터나 투자자도 잘못 볼 수 있고 틀릴 수 있다. 그걸 깨는 지표는 고객 성과일 거다. 투자자가 뭐라 하든 고객이 반응하면 틀린 거다. 창업자는 투자자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서비스가 되진 않는다. 성과로 증명하면 되고, 그게 안 나올 때 방향을 바꾸면 된다. 자기 줏대를 가지고 고객의 반응을 수치로 보여주면 대부분 수긍할 거다.

 

-제품은 좋은데 가격이 비싸다는 고객 피드백이 있다. 이럴 때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

배 : 고객이 제품을 좋게 봤는데 돈을 안 낸다면, 그건 별로 좋은 제품이 아닐 거다. 분명 팀에서는 합당한 가격이라 생각해서 책정했을 거다. 하지만 고객이 돈을 내고 쓰지 않는다면 그들이 진짜 원하는 제품을 만든 게 아닌 거다. 정말 좋은 제품인지 더 생각해 봐야 한다.

 

권 : 그만큼 사업이 어려운 거다. 고객의 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 꺼내 오는 일이 그렇게 힘들다.

이 : 보통 초기 스타트업의 제품 완성도가 높지는 않다. 제품을 발전시키면서 가격을 같이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초기에 테스트를 많이 해보라. A 고객군에는 천 원이라고 하고, B 고객군한테는 2천 원이라고 하고, C 고객군에는 1만 원이라고 해보는 거다. 그렇게 테스트를 하며 가격 접점의 균형을 맞춰가는 방법도 있다.

 

-회사의 성장 속도와 창업자의 성장 속도가 항상 같을 수는 없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고 느껴질 때 어떤 조언을 하나. 

권 : 어느 단계에 가면 본인이 회사의 앞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창업을 하면 좋겠다.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느낀다면 회사와 헤어지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나도 창업을 시작할 때 이니시스나 이니텍이 그렇게 커질 줄 몰랐다. 어느 수준이 됐을 때 내가 경영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느껴서 엑시트를 했다. 어떤 창업자는 수십 년 동안 헝그리를 외치면서 회사를 경영하기도 한다. 그만큼 노력을 해서 앞서 간 거다. 대부분의 기업 성장은 창업자 수준에 맞춰 캡이 씌워진다. 창업자의 역량만큼 회사는 성장한다.

 

이 : 팀원은 회사 성장 속도에 맞춰 걸맞는 사람을 새로 영입하면 되지만, 창업자는 쉽지 않다. 결국 창업자가 떠나거나 계속 자기 계발을 해서 회사의 속도에 맞춰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노 : VC나 기업 관계자를 만날 때 누가 가장 훌륭한 창업자인지 묻곤 한다. 그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인물이 쿠팡 김범석 의장과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다. 그 두 사람이 우연으로 그런 큰 기업을 만들었을 리 없을 거다. 스스로 능력을 쌓아가면서 운영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배 : 창업자가 회사보다 더 빨리 성장한다면 오랫동안 회사를 품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회사가 창업자보다 빨리 성장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선 그런 간극이 있을 때 이사회에서 창업자를 내리고 더 잘하는 사람을 데려와서 올리곤 한다. 하지만 한국 문화에서는 그런 것이 어렵다. 회사가 어느 정도 커지면 건강한 이사회를 두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프라이머 배치 22기 데모데이 현장 ⓒ플래텀

프라이머 배치 22기 데모데이 현장 ⓒ플래텀

프라이머 배치 22기 데모데이 현장 ⓒ플래텀

프라이머 배치 22기 데모데이 현장 ⓒ플래텀

프라이머 배치 22기 데모데이 현장 ⓒ플래텀

(출처,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래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