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지털,블록체인산업

높아진 진입장벽…사라지는 가상자산 거래소

728x90

[뒷걸음치는 한국 블록체인 ①]
깜깜이 심사…가이드라인도 없고 FIU는 인력도 축소  

 

테라·루나 사태로 침체기를 맞았던 가상자산 시장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모처럼 훈풍이 일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나 정치권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소비자보호를 앞세워 산업 진흥은 뒷전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그동안 시장을 틀어쥐던 일본마저 블록체인 산업의 제도권 편입에 열심이지만, 국내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갈라파고스 위기에 놓인 2024년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올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갱신이 대거 몰려 있어 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최초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이후 수년간 금융당국이 문턱을 높여놨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쟁력 있는 중소 거래소로 분류됐던 후오비, 캐셔레스트 등은 수년간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결국 문을 닫았다. 업계에서는 남은 거래소 중 대부분 역시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연쇄 폐업의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VASP 라이선스 갱신 예정 가상자산 거래소 / 그래픽 = 김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VASP 갱신 신고를 해야 하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업비트 ▲코빗 ▲코인원 ▲빗썸 ▲플라이빗 ▲지닥 ▲고팍스 ▲BTX ▲프로비트 ▲포블 ▲코어닥스 ▲플랫타익스체인지 ▲한빗코 ▲비블록 ▲비트레이드 ▲오케이비트 ▲빗크몬 ▲코인엔코인 ▲보라비트 ▲텐엔텐 ▲에이프로빗 ▲오아시스거래소 ▲큐비트 등 원화마켓 거래소 5개사, 코인마켓 거래소 18개사 등 총 23개사다.

이용자보호법·재신고까지 준비…중복비용 감당 못해

업계에서는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5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는 사실상 올해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 전망한다. FIU의 재심사 기준이 높아졌을 뿐더러, 전반적인 시장 상황까지 안좋아져 요건 충족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의 VASP 심사 기준은 ▲예치금 분리 보관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획득 ▲AML(자금세탁방지)의무 준수 여부 등이다. 여기에 지난해 은행연합회가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을 발표, 실명계좌를 획득을 위한 30억원 규모의 준비금이 추가됐다.  

여기에 오는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의무까지 수행해야 한다. 새로운 법령은 사업자들에게 이용자의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도록 하는 의무 부과를 골자로 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보호법에서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의무가 상당히 많아 올해 VASP 재신고를 준비하는 거래소에 적지 않은 중복비용이 들어간다”며 “이미 자본잠식 상태인 대대수 중소 거래소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빗장 걸어잠근 금융당국…원화거래 변경심사 시늉만?

많은 거래소가 원화 거래 개설에 사활을 걸었지만, 이제 신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해 광주은행과 계약해 원화 거래소 진입을 시도했던 한빗코에 이어, SC제일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오케이비트 역시 올해 FIU에 원화거래소 전환을 신청했으나 결국 탈락했다.  

이를 두고 '심사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FIU는 한빗코와 오케이비트에 대해 AML 인력 부족을 불수리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충분히 보완 가능한 사안이었다고 진단한다. 실제 이를 제외하면 두 거래소 모두 FIU의 변경신고 요건을 갖췄다. 심사 기준의 명확성이나, 심사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이유다. 당국이 불수리를 위해 문제제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거래 규모에 비해 충분한 인원의 전담인력을 확보해 AML 이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불수리를 하기 앞서 FIU가 매출 규모에 따라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심사 인력이 줄었다는 점 역시, FIU의 의지 부족을 엿볼 수 있는 요소다. 앞서 FIU는 지난해 가상자산 검사과 정원을 9명에서 7명으로 축소했다. FIU는 VASP 갱신신고와 변경신고를 위한 현장검사까지 수행해야 하지만, 현재로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IT조선은 해당 사실 확인을 위해 가상자산 검사과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금융당국에 불수리 통지 근거를 마련해주는 개정안까지 국회에 발의돼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시름은 더 커지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자금세탁행위, 테러자금조달 방지 등의 우려가 있는 VASP의 불수리 요건을 추가한 특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업계는 해당 개정안이 빠르면 올해 말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처 : IT조선(https://i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