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 英·日 등 제치고 한국과 ‘맞손’…한은, CBDC 국제표준 주도 ‘청신호’

주요국 ‘최초’ BIS와 CBDC 파일럿 테스트
금융위 “CBDC 도입 ‘먼저’ 하기보단 ‘잘’해야”

 

지난 4일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주관해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연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 공동 기자설명회’에서 세실리아 스킹슬리(Cecilia Skingsley) BIS 혁신허브 국장이 영상을 통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BIS는 한국은행의 전문성과 한국처럼 발전되고 디지털화된 경제에서 기관용 CBDC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한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새로운 화폐를 뜻한다.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과 원리는 같지만,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기 때문에 은행권(지폐)이나 주화(금속화폐) 등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한국은행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함께 미래 통화 구축을 위한 ‘CBDC 활용성 테스트’를 국제결제은행(BIS)과 협력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세실리아 스킹슬리(Cecilia Skingsley) BIS 혁신허브 국장은 축사를 통해 한은과의 협력 이유를 밝히고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CBDC 네트워크 내 디지털통화의 종류 및 성격. 출처=한국은행

테스트는 금융기관 간 자금 이체 거래와 최종 결제 등에 활용되는 ‘기관용 디지털 통화(wholesale CBDC)’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현재 은행은 중앙은행인 한은에 개설한 계좌의 예금인 지급준비금을 활용해 자금을 거래하는데, 분산원장 기술 바탕의 CBDC로 이 과정을 대체할 수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한은이 기관용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면, 은행은 지급 결제 수단으로 디지털Ⅰ형 통화인 예금토큰(tokenized deposits)을 발행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CBDC 시스템은 ‘기관용 CBDC’와 2종류(디지털통화 Ⅰ·Ⅱ형)의 민간 디지털통화가 발행·유통되는 플랫폼이다.

CBDC 관련 논의는 현금 이용 감소, 경제·금융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최근 페이스북의 리브라, 페이팔의 pyUSD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 증권(STO) 등의 새로운 자산이 등장하면서 관련 규제 체계와 안정성 높은 대안의 필요성이 커졌다. 한은에 따르면 기관용 CBDC의 예금토큰 모델은 스테이블코인의 단점을 보완할 대안 중 하나다.

주요 국가들은 일상생활에서 쓰는 범용(retail) CBDC 발행에 아직 신중한 입장이지만, 미래 도입 가능성에 대비해 연구 및 개발 강도를 점차 높이는 추세다. 지난해 BIS 조사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약 93%가 CBDC 관련 연구 또는 개발을 진행 중이다. BIS는 2030년까지 약 24개국 이상이 CBDC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시범운영을 확대‧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며, ECB도 조만간 도입 준비 착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도 현재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이코노믹리뷰)

 


지난 4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 공동 기자설명회’에서 (왼쪽부터)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부장, 이한녕 한은 금융결제국장,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안병남 금감원 디지털자산연구팀장, 김동섭 한은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한은과 금융당국은 이번 테스트가 주요국 최초로 BIS와 공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부장은 “BIS가 (CBDC 관련) 파일럿 테스트에 관여한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나라는 IT(정보통신기술) 측면에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이고 각종 페이 등의 지급 결제 시스템이 잘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BIS가 한국과 손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부장은 BIS와 협력하게 된 계기에 관해 “BIS가 연례보고서에서 CBDC의 ‘통합원장(unified ledger)’ 모델을 제시했고, 한은에서 연구하던 CBDC 관련 기술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구현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BIS 통합원장은 토큰화된 주식, 증권, 음악 저작권 등 파편화된 디지털 자산을 중앙은행이 구축한 플랫폼으로 편입해 소유권을 기록하는 디지털 통합 시스템이다. 그는 “개념을 이론으로 정리하는 것과 실제로 구현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 BIS와 한은이 원하는 방향이 서로 잘 맞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모델을 잘 구축한다면 해당 모델이 국제 표준 혹은 대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4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테스트는 BIS와 한국은행이 긴밀한 논의를 통해 금융시스템 안정과 지급결제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좋은 대안을 한국에서 찾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테스트를 통해 합리적인 안이 만들어진다면 글로벌 모범답안이 될 수 있다”며, “(CBDC 도입을) 제일 먼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https://www.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