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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블록체인산업

박혜진 교수 “건강한 VC 생태계가 웹3 성장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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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종합대학원 벤처투자금융 MBA 과정 부주임교수

웹3란 무엇인가. 웹3 업계를 만들어가는 빌더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심도 있게 나누던 고대 회당 같은 느낌이 든다. 단순히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쓸까와 관련된 논의를 넘어 본질적으로 이 시대에 웹3가 왜 등장했고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저마다의 철학과 신념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본다.

 

하나의 기업이 태어나서 성장하기까지는 일정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자금, 아이디어, 기술력이 모두 필요하다. 특히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술 기업들의 경우 단순히 기술이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어떠한 옷을 입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하나의 스타트업이 이 모든 과정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VC(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다. 제대로 된 안목을 지닌 VC가 어떻게 투입되는지에 따라 하나의 스타트업이 자리 잡고, 생태계가 건전하게 성장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스타트업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웹3 업계에선 VC의 역할이 단연 중요하다. 

 

[웹3 빌더] 다섯 번째 이야기는 웹3 생태계 빌더를 위한 블록체인 투자자문사 바이야드의 대표이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벤처투자금융 MBA 과정 박혜진 부주임교수의 이야기다.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꿈 많은 정치학도, 블록체인에 눈을 뜨다 

박혜진 교수는 대학 시절 꿈 많은 정치학도였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석사과정도 서울대 정치학과를 전공했다. 박 교수의 꿈은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근대 국가에서 지속되는 영역 싸움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국가 차원의 질서, 공공재는 존재하면서도 개인이 침해받고 있는 자유의 영역을 지키고 불필요한 자원 싸움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이때 박 교수의 눈에 띈 것은 블록체인이었다. 비트코인 백서를 접한 그녀는 블록체인이 인간을 위한 진정한 자유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당시 백서를 읽고 BTC(비트코인)가 돈이 될 것 같다든지,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모여든 사람이 많았는데 그녀는 블록체인에 정치학적으로 접근을 한 것이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웹2 생태계는 기본적 권리인 사유재산권과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례들이 많다. 일례로 게임 아이템의 경우 내 돈을 주고 구매했지만 내 것이 아니게 되며,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내가 찍은 사진을 올리지만 사이트가 서버를 내리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사유재산권이 없어진 경우다. 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쫓겨나게 된 경우도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은 사례에 해당한다. 물리적 세상에서 이 두 권리는 산소처럼 있어야 하는 기본 권리인데 웹2 세상에선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웹3는 우리가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아 주는 여정을 걷고 있다. 

 

“웹3 생태계에선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을 통해 거래의 자유, 주고받음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어요. 사유재산권이 생긴 겁니다. 또 다오(DAO, 탈중앙화 자율조직)를 통해서 목소리를 낼 권리가 주창되고 있습니다. 참정권이 생긴 사례죠.”

 

 

쓰라린 실패 후 벤처캐피털의 중요성을 느끼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발견한 박 교수는 곧장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블록체인 사업을 하기에 이른다. 블록체인 기반의 '넥스트 인스타그램'을 만들겠다던 그녀의 꿈은 안타깝게도 실패를 맛보게 된다. 아무리 좋은 이념과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하나의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복합적인 요소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 계기였다. 

 

“실패 원인은 너무나 복합적이었어요. 대표의 능력 부족이나, 시장의 타이밍, 주변 자원의 문제들이 있었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을 어떻게 생각해야할까에 몰두했어요.” 

 

그녀는 블록체인에서 가능성을 찾았던 초심을 돌아봤다. 블록체인이 단순히 사업체가 아니라 사회를 발전시키는 큰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사업체에 몰두해 집요하게 성장시키는 것보다 더욱더 광범위한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스타트업의 창업가에서 생태계 빌더로서 역할을 하기로 다짐한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웹3 업계를 만들어 가는 수많은 주체들에게 들려주며 도움을 줄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블록체인 업계는 초기 산업이라 모험자본이 ‘하드캐리’ 해야 하는 분야였다. 이렇게 그녀는 VC 생태계에 집중하게 된다.

 

 
출처=박혜진 교수.

 

 

블록체인 전문 교육과정을 만들다 

인도 등 국제적으로 투자자문 역할을 해오던 그녀는 한국에 돌아온 후 웹3 업계 빌더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성장금융을 공동 창업할 수 있는 VC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까지 없던 VC에만 집중하는 과정을 구축하고 싶었다. 웹3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을 설득해 과정 설립을 받았다. 학생들은 벤처캐피털 대표나 임원들, 앤젤투자자들이 대다수다. 이미 관련 지식이 있고 학위가 있어도, 건강한 생태계 발전을 위한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얻으려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 

 

“웹3 업계에서 생태계 발전을 위해 따뜻하게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VC의 역사가 길지 않아 산재한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사기를 당하거나 공부하지 않은 VC들이 많았습니다. 이는 VC들에도 기업에도 모두 손해입니다. 때로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 투자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손해를 보는 것이죠. 열심히 좋은 기업을 찾아 투자해야 건전한 생태계 발전이 될 텐데 말입니다. ‘제대로 알고 투자하자, 최신 기술을 잘 알아보자’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가치나 철학을 가진 분들이 이에 맞는 기업들을 찾아 서포트를 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셔터스톡

 

 

DAO, 웹2를 웹3로 온보딩시키는 창구 

다오는 벤처캐피털 영역에서 많이 사용된다. 전 세계의 돈을 한데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벤처캐피털은 돈주머니를 만든 다음에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관에 부합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해 키워서 특정 시점에 엑싯을 하면 투자금에 비례해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다오가 도입되면 이 모든 단계가 용이해진다. △ 1단계: 전 세계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을 열어놓고 들어올 수 있게 한다. 자금을 모으는 것이 쉬워진다. △ 2단계: 소수의 인원이 투자할 좋은 기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오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이 투자할 좋은 기업을 찾게 된다. 디소싱이 원활해진다. △ 3단계: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투표를 단행한다. 돈이 집행되고 기업이 회수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행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또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해 특정 조건이 됐을 때 해당 지갑 주소들로 자금을 분배한다. 돈을 투자하고 나눠 받는 것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생기지 않게 된다.  

 

웹3 업계에 진입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만큼, 개발자 중심의 생태계가 조성되는 경우가 다수다. 인문학이나 정치, 사회 분야의 구성원들이 진입하기엔 어려운 문화인 것이다. 박 교수는 다오가 웹2 생태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끌어올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다오는 결국 거버넌스 문제를 잘 해결해야 성공적으로 변모할 수 있다. 

 

흔히 다오를 접근할 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각에서 출발하다 보니 개념을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다오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환경에서 이미 해오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이미 고민하고 시도해 오던 것들을 웹3 생태계의 블록체인 기술만 얹어주면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물리적 세상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디지털 세상에서도 누릴 수 있게 하는 도구다. 

 

“거버넌스 디자인은 개발자들보다 이미 현실 세상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정치학자나 인문학자들이 잘 알 확률이 높습니다. 이들이 갖고 있는 개념에 블록체인 개발자들의 기술이 더해진다고 생각해 봅시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다오가 등장하지 않을까요?”

(출처, 코인데스크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