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설립자 샘 올트먼의 월드코인, 프로젝트의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우려 논란

최근 정식 출시된 월드코인을 둘러싼 논란

오픈AI의 설립자 샘 올트먼이 이끄는 월드코인이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하지만 이미 4개 국가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Worldcoin

 

 

최근에 한 번쯤은 월드코인(Worldcoin)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은 현재 기대와 우려로 양분되어 있다.

 

월드코인은 표면적으로 암호 화폐를 사용하여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기본 소득을 분배하겠다고 주장하는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그보다 큰 목표는 개인의 고유한 생체 데이터를 이용하여 사용자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월드 ID(World ID)’라는 글로벌 ID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7월 24일 20개 이상의 국가에서 공식 출시되었으며, 오픈AI의 CEO이자 현재 기술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중 한 명인 샘 올트먼(Sam Altman)은 이 프로젝트의 공동 창립자이다.

 

월드코인은 이상주의적이면서도 원대한 포부를 제시한다. 월드코인은 기술을 통해 세상을 더욱 살기 좋고 평등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일종의 보편적 기본 소득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계적 지능이 가득한 미래의 디지털 세계에서 사용자가 인간임을 입증하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월드코인은 이러한 입증 방식을 ‘인격 증명(proof of personhood)’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러한 비전보다는 월드코인의 데이터 수집과 관련된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운 좋게도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는 필자가 신뢰하는 월드코인 전문가가 한 명 있다. 지난해 취재 기자 아일린 구오(Eileen Guo)는 프리랜서 아디 르날디(Adi Renaldi)와 함께 월드코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끈질기게 파고들었고 그 결과, 월드코인이 실제로는 보편적 기본 소득이나 인간성 증명이라는 공식적인 목표보다는 취약 계층에게 현금을 주는 대가로 민감한 생체 인식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기사에서는 월드코인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우리가 조사한 결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데 주력한다’는 월드코인의 표어와 실제 이용자 경험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이 회사의 모집 담당자들이 기만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가입 시 실제로 말한 것보다 더 많은 개인 정보를 수집했으며, 참가자들로부터 유의미한 사전동의(informed consent)를 얻는 데 실패했다.”

 

또한 월드코인은 테스트 사용자의 익명화된 중요 데이터를 인공 지능 모델을 훈련하는 데 사용하고 있었지만, 아일린과 아디의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를 제공한 개인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모집한 월드코인 임원, 계약업체 및 테스트 사용자와 진행한 35건이 넘는 인터뷰를 근거로 작성한 이 기사를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월드코인이 민감한 개인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과 월드코인이 내거는 이상주의적인 수사(修辭)가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과 무엇이 다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일린과 아디의 기사에 따르면 이미 4곳이 넘는 국가에서 규제 당국을 통해 개인정보보호 방식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월드코인 프로젝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월드코인은 약 220만 명의 ‘고유한 생체 데이터’를 스캔하여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했다고 주장한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지난 2년 동안 연장된 테스트 기간에 집중적으로 구축되었다.

 

필자는 아일린에게 “그녀의 취재 이후 무엇이 달라졌으며 최근에 알려진 소식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있을지” 물었다.

아일린의 기사가 보도된 이후 월드코인의 CEO인 알렉스 블래니아(Alex Blania)는 다른 매체를 통해 회사가 데이터 수집 및 개인정보보호 방식을 상당 부분 변경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기에는 다소 수긍하기 힘든 사유들도 포함되어 있다. 월드코인은 데이터 수집 및 개인 정보 보호 관행을 정확히 어떻게 변경했는지 밝히지 않았으며 가장 착취적이고 기만적인 채용 전략 중 일부를 중단했다고만 표현했다.

 

아일린이 최근 월드코인과 나눈 이메일에서 대변인은 월드코인이 개인 데이터를 처리 방식에 대한 질문에 “월드코인 재단은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을 포함하여 월드코인을 이용할 수 있는 시장에서 개인 데이터 처리를 규율하는 모든 법률과 규정을 준수한다. … 월드코인 프로젝트는 개인 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호 관행에 대한 추가 정보 요청에 대해 규제기관에 계속 협력할 예정이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대변인은 “월드코인 재단과 출자사인 툴스 포 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는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를 보관한 적이 전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일린은 월드코인의 주장 외에는 사실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 수사기관이 월드코인에 대해 어떤 사실들을 밝혀낼지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월드코인이 생체 인식 데이터를 합법적인 방식으로 수집했는지 여부는 프랑스 정부와 독일 데이터 보호 기관에서 각각 진행 중인 조사의 핵심 이슈다. 독일은 지난해 11월 월드코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영국의 개인정보 감독기구(Information Commissioner’s Office)는 올해 7월 25일 월드코인을 상대로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서 8월 2일 케냐의 데이터 보호국 역시 월드코인이 자국의 데이터 보호법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히며 케냐에서 진행 중이던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중요한 점은 월드코인 프로젝트가 월드코인이 제공하는 ‘인격 증명’ 방법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AI 모델 훈련에 다량의 데이터를 투입해야 한다. 월드코인의 인격 증명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채택된다면, 이는 오늘날처럼 AI가 막대한 규모의 부를 낳는 AI 골드러시 시기에 월드코인의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수익을 안길 수 있다.

 

월드코인은 8월 초에 다른 기업과 정부가 월드코인의 신원 확인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일린은 “월드코인이 제안한 신원 확인 솔루션은 타기업과 정부가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물론 수많은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확인하지 못한 채 시스템의 사용 범위가 확대된다면 더욱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홍채를 스캔하고 월드코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영리한 마케팅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에게 확신을 심어준다면 과거의 어떤 사례보다 ‘가장 신속’하면서도 ‘가장 큰 규모의 암호화 및 Web3 온보딩’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일린은 월드코인이 과거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약속한 것처럼 당시 테스트 사용자로부터 수집하여 AI 훈련에 사용하고 있던 생체 인식 데이터를 프로젝트의 공식 출시 전에 삭제했는지 아니면 아직도 이를 AI 모델 훈련에 사용하고 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일린은 “나는 월드코인이 실제로 알고리즘 훈련을 중단했거나 앞으로 중단할 것임을 시사하는 어떤 정보도 확인하지 못했다. AI의 핵심은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더욱 지능적으로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AI 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출처, MIT Technology Review)